시나리오를 읽었다.
말하지 않아도 감독님은 입으로 말씀해 주시고 누군가가 직접 적었으리라 예상되는 문체였다.
감독님이 한국말을 조금 잘하시던 시절 부터 - 아주 잘하시는 시절까지 함께 마신 술로 알게 된 것들 중에
가장 보물은 감독님의 어투다.
한문어원의 한국어를 적절한 시기에 표현하는 능력은 감독님을 따라갈 자가 없을테니.
그 안의 장난끼 어린 사자성어라던지, 허를 찌르는 농담이라던지. 난 그것들이 들을 때마다 좋았다.
그 인물이 , 그 사람이 , 경주라는 시나리오 안에 있어서 더 정겨웠을 것이다.
그 어투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 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.
시나리오를 보고서가 아니라, 감독님을 만나서 - 그 고상한 장난과 품위있는 찌질함이 베인 말들 , 그리고 간결한 어미처리...
그걸 표현 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...고 감히 생각해 보았다.
시나리오는 어케 보았니? 딱 상업영화지.?
우헤헤헤헤헤헤...노코멘트.
아니 얘좀 보게. 여기 조감독하고 프로듀서 기다리 잖니.
우헤헤헤헤. 일단 술한잔 하세요 .감독님. 자.. 다들. 한잔 하세요.
...그래. 한잔 마시자. 아니. 한잔가지고 될 날이 아니지 오늘은.
진짜.. 이대로 찍으실 꺼예요?
그럼.?
에이... 또.. 막 현장에서.? 응... 막 .. 다 바뀔꺼면서....
아니다. 이건 상업영화니깐. 내가 ' 이리' 때랑은 많이 달라졌어.
...치. 안믿어요.
근데, .. 뭐 상업영화 좋아요. 좋구요. 근데 저말고 다른 캐스팅은요? 남자주인공이 제일 중요할 것 같은데 누구 생각 중이세요?
일단, 교수 니까,, 그것도 동북아시아 정치학 교수이니 나이가 좀 있어야 겠지.
헐. 무슨 상업영화예요? 그게?
아니 . 그래도 . ...
영화가 꼭 실제처럼 교수들은 나이가 있어야 하고 . 뭐 그래야 하나요?
그래도 이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얼굴에 세월이 베어있으려면 아무래도 나이가 좀 있어야 하지.
나이가 어려도 그런 사람이 있으면 돼죠. 게다가 기왕이면 감독님 영화도 좋아하는.
누구? 그런사람이 어디있던?
있지요. 있어요.
누구?
박해일이라고..
옷?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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